유서에는 집주인에게 '죄송하다'
생활고 자살 '송파 세모녀 사건' 재조명

경기도 성남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70대 모친과 40대 딸이 생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생활고 못 견뎌 비극적 선택한 성남 모녀/ 사진은 사건과 관계없음.
생활고 못 견뎌 비극적 선택한 성남 모녀/ 사진은 사건과 관계없음.

3일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0분쯤 70대 모친과 40대 딸이 성남시에 위치한 한 다가구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집에서 인기척이 며칠 동안 없자 이를 이상히 여긴 집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게 됐고, 강제 개방해서 집안으로 들어간 경찰이 이들 모녀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자택에서는 모녀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유서에는 "장사를 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치게 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증금 500만 원으로 월세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평소 모녀가 빚 등 생활고를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뉴스 화면 캡처
MBN뉴스 화면 캡처

50만 원의 월세와 공과금은 밀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모녀의 생계는 자영업을 하는 딸이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의류업 쪽에 종사했던 딸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빚을 얻어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모친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녀는 '차상위계층'이었지만 공과금도 밀리지 않고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어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활고 자살 '송파 세모녀 사건'

2014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엄마 박모(60) 씨와 장녀 김모(35) 씨, 차녀 김모(32) 씨가 번개탄을 이용해 동반 자살했습니다.

SBS 뉴스8 방송화면 캡처
SBS 뉴스8 방송화면 캡처

현장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 집세와 공과금이 밀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메모도 함께 발견돼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메모/ 사진출처-서울지방경찰청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메모/ 사진출처-서울지방경찰청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려고 했던 선량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당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비판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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